탈출 : 나는 왜 달리기를 시작했나?
  • 마렉 바다스 지음
  • 다니엘라 올레즈니코바 그림
  • 배블링북스 옮김
  • 산하 펴냄
  • 2017.07.12 출간일

책

  • 대여정보대여중 (반납예정일 : 2017-11-20)
  • 분야명작,문학
  • 추천연령3-4학년
  • 상세정보15.2x20.5cm | 86쪽 | 9788976504906
  • 도서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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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산하세계문학 13권. 고향을 떠나 낯선 땅을 떠도는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난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 그리고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인 알란이라는 개와 함께 집을 떠난다. 다정하던 이웃들이 괴물로 변했기 때문이다. 셋은 달리고 또 달린다. 이들의 발길이 거치는 마을과 도시와 나라가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 작품은 소년의 1인칭 서술시점으로 진행된다.

소년의 눈을 통해 숱한 사람들과 온갖 사건들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우화적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긴 여운과 함께 여러 질문들을 남긴다. 우리는 날마다 갈 곳 없는 난민들에 대한 소식을 보고 듣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삶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라도 하고 있을까? 아니, ‘그들’이라는 호칭에는 벌써 우리의 냉담함과 편견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탈출>은 이런 심각한 주제들을 품고 있지만, 잘 빚어진 구성 덕분에 서정적인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장면들이 저마다 독특한 빛깔을 내면서 맞물리는 까닭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과 강렬하고 인상적인 그림이 서로 스며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출판사리뷰

길 위에서 떠도는 사람들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

여행이라 하면 보통 무엇이 떠오를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 짜릿한 모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마주치는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먼 곳으로 떠나면서도 이런 여정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목숨을 걸고 낯선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곳에 이르지도 못하고,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이들의 삶은 그 가운데 어딘가를 떠돌다가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침몰해 갈 것이다.
《탈출》의 주인공인 소년도 이런 운명이다. 이 작품에는 ‘나는 왜 달리기를 시작했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소년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달리기 연습을 시작한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어떤 사나운 개에게 물린 것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뜯기지 않으려면 그보다 더 빨리 달아나야 한다. 아빠가 소년에게 달리기를 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이기도 하다. 소년은 열심히 연습하여 날마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사건이 벌어진다. 이웃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병이 소년의 마을까지 번진 것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다. 자기 것만으로는 도저히 배가 차지 않아서 남의 밥그릇까지 빼앗는다. 이들은 분노하고 약탈하면서 점점 괴물로 변해 간다. 소년과 아빠와 알란은 결국 자기 마을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다.

난민에게도 자격이 필요하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은유다.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말로는 성찬이지만, 실상은 괴물 같은 현실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이런 생산물들이 일부 나라들과 계층에 쏠려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열을 가진 자들이 나머지 하나마저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교묘하게 편견과 무관심을 부추기고 필요할 경우엔 증오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 결과로 전쟁은 필연적이다. 별의 별 명분을 다 세우지만, 전쟁의 본질은 폭력과 약탈이다.
작은 쪽배 하나에 의지해 거칠고 어두운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 사냥개와 날카로운 총성에 쫓기면서도 목숨 걸고 철조망을 넘는 사람들‥‥‥. 우리는 여러 매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난민들의 소식을 접한다.
그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쟁이나 박해 등으로 자신의 나라에서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팔레스타인이나 티베트 같은 곳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르완다, 이라크, 시리아, 남수단 같은 나라 이런 일이 끝없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생존 수단까지 빼앗긴 사람들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 난민 생활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국제연합 산하 세계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집과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를 떠도는 사람들은 2016년 기준으로 6,500만 명을 넘어선다(그 가운데 51%가 어린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는 숫자는 1,550만 명 정도다. 왜 그런 것일까? 그건 난민으로 인정받는 데에도 자격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 집단,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받아 극심한 공포 상태에 놓여 있다는 현실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일까?

그 어디에도 없는 소년의 집

《탈출》은 2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은 소년이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장면이고, 마지막 장은 달리기를 멈춘 소년이 마침내 안식의 공간에 이르는 장면이다. 그 사이에 놓인 장들에서는 소년의 가족이 낯선 땅에서 경험하는 사건들과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자신의 일부와 결별한다는 뜻이다. 아늑한 집과 다정한 이웃 및 친구들과도 헤어진다는 뜻이다. 소년의 가족이 만나는 세상은 만화경 속처럼 어지럽다. 이웃의 비극에 대한 침묵과 욕심과 무관심과 의심과 적대감만이 가득하다. 간혹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들은 무기력하다. 하나하나의 장면이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압축된 상징이다.
소년은 아수라장이 된 마을에서 아빠를 잃어버린다. 역설적으로, 소년에게는 목표가 생긴다. 아빠를 다시 만나 평온하고 안전한 곳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곳이 어디라도 상관없다. 아빠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 같다. 다행히도 소년의 곁에는 알란이라는 영리한 개가 있다. 소년과 알란은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니, 이제 아빠마저 없는 소년은 알란하고만 대화가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은 도통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으니까.
이미 지구의 반 바퀴도 넘게 뛰고 걸었지만, 소년이 편안하게 쉴 곳은 없다. 소년의 여정은 이제 종착역으로 치달아 간다. 괴물들 때문에 폐허가 된 마을에서 어느 남자아이를 만나는 장면도 그런 징후이다. 그 아이는 자기가 이미 죽었지만, 마을의 풍경들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싶어서 아직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소년은 다시 먼 길을 걸어 수용소에 도착한다. 난민수용소는 참 묘한 곳이다. 여기서는 약간의 먹을 것과 약을 받을 수 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철조망이 쳐진 높다란 담장으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이기도 하다.
너무도 오래 힘든 여행을 한 탓에 소년은 열병에 걸려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문득 한밤중에 눈을 뜬 소년이 알란과 함께 수용소 밖으로 걸어 나온다. 어느 때보다도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하다. 소년의 몸이 점점 솟구치더니 하늘 높이 올라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빠를 발견한다. 아빠가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커다란 망고 나무가 서 있는 부드러운 풀밭에서 손짓하고 있다. 소년은 비로소 평안과 안식을 얻는다. 작가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작품 전체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면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이렇게라도 소년에게 조용한 위안을 주고 싶었을 것 같다. 소년이 마침내 찾게 된 “두 번째 집”은 현실에서는 영영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이런 현실에 눈 감고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작품이 남긴 짙은 여운과 함께 이런 질문은 계속 될 것 같다.




목차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달아나야 해!
침묵의 마을
춤추는 자들의 도시
욕심쟁이들이 사는 도시
알란이 들려준 이야기
꿈과 현실 사이
아빠를 잃어버리다
뭉치면 강해진다
변명만 있는 도시
서로가 적인 도시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커다란 도장의 왕국
무엇이든 나중에 생각하는 도시
소중한 사람들은 늘 곁에 있다
서로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나라
떠나고 싶지 않았던 소년
피난민 수용소에서
누나가 생겼다
지구를 한 바퀴 돌다

작가소개


저자 : 마렉 바다스

슬로바키아의 코시체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미학과 슬로바키아어와 문학을 공부했다. 아프리카 중앙과 서부에 위치한 나라들(카메룬, 차드, 가봉, 나이지리아)로 열두 차례 여행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문학정보센터에서 일하면서, 개들과 함께 아픈 사람들을 돕는 치료사로도 일하고 있다. 《작은 소설》로 문학협회상을 받았고, 《검은 아프리카 이야기》로 최고 어린이책에 주는 바비아나상을 받았으며, 단편집 《치료자》로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나소프트리테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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